꿈 외
꿈
대구 운암고 신지민
꿈을 꿨다
변기에 똥이 넘치는 꿈이었다
검색해 보니 좋은 꿈이랬다
다 뻥이다
꿈을 꿨다
내가 벌레를 퍼먹는 꿈이었다
검색해 보니 좋은 꿈이랬다
다 뻥이다
꿈을 꿨다
내가 ‘아이콘’과 노는 꿈이었다
검색해 보니 개꿈이랬다
그래도 좋다
남이 좋다 하는 꿈보다
내가 좋아하는 꿈을 꿀 거다
그게 더 행복하다
메롱
부반장
광주인성고 김민철
친구들과 놀고 있는 쉬는 시간
선생님의 호출에 달려가는 반장
친구들은 비꼬듯 나에게 말한다
부반장은 하는 게 없어!
이젠 이런 말도 익숙해서
자연스레 대답한다
꼬우면 니들이 하던가
왜 뽑아 놓고 지랄이니?
[나의 고민 자랑]
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서울 남강고 김서환
나는 고민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중에서 몇 개만 쏙쏙 빼 보겠다.
나는 우선 키가 큰 것이 조금 문제다. 내가 크고 싶어서 큰 것도 아닌데…….
키가 커서 키가 작은 친구들이 잘 안 보일 때도 있다.
그리고 어깨는 ‘김우빈’급으로 넓어서 뒤에 있는 친구가
내 어깨 때문에 칠판이 안 보인다고 한다.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또 있다.
나는 산책을 좋아해서
신림 거쳐 서울대 입구 들르고 서울대에 갔다 다시 집으로 온다.
그런데 매일 신림 근처의 클럽 앞에서 어떤 형들이 나 보고
“여기 물 좋아요. 한번 들어와 보세요.” 이런다.
너무 잘생겨서 학생처럼은 안 보였나 보다.
나는 진짜 그 형들에게 미안했다. 솔직히 너무 미안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났는데…….
키 크고 잘생기고 어깨 넓은 내 자신 때문에 고민이 많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키 작고 못생기게 태어났으면 한다.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오늘도 흔들흔들: 평범한 10대들의 학급 문집 속 삐뚤빼뚤 성장기』(정희성 외 4명 엮음) 수록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