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경기 금촌고등학교 장예지

10월에서 11월로 가는 길목,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높은 하늘과 붉게 물든 나뭇잎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어제까지 푸르던 잎은 없어지고, 새롭게 잎을 물들이는 나무의 삶은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가득하다. 우리의 삶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없어졌다가 새롭게 생기고, 저마다 살아가는 삶에 물들어 간다.

우리는 수업 시간에 문학이란 ‘인간의 가치 있는 삶을 언어로 형상화한 예술’이라 배운다. 이는 문학이 삶의 과정을 다루는 것이며, 시간 속에서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문학 수업을 하다 보면, 문학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고 작품에 더욱 친근함을 느끼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간 속에서 꾸준함과 성실함을 품고 변화해 온 문학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문학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물들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한국고전문학사』(김은정·류대곤, 두리미디어)

고전 문학이라 하면 낯선 고어를 풀이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문학을 감상하기보다는 지식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고전 문학의 온전한 멋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많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풀기 위한 좋은 해결 방법은 바로 고전 문학에 대한 낯섦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낯섦은 알지 못함에서 온다. 알지 못함은 관심을 가지면 풀 수 있다. 고전 문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기 위해서는 고전 문학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 책은 상고 시대에서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이 변화해 온 과정을 시대와 주요 갈래를 기준으로 나누어 설명하여 각 시대의 대표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서술한 책이다. 문학 갈래가 생겨나게 된 이유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거꾸로 삶과 사회의 모습이 문학을 만들어 내며 소통하는 과정 또한 느껴 볼 수 있다. 특정 시대에 왜 그러한 작품들이 향유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고전 문학은 더 이상 먼 시대의 낯선 이야기가 아닌 현대에도 살아 있는 삶의 이야기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장석주, 시공사)

20세기 한국은 거대한 변화 속에 있었다. 1900년대에서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격동하는 시간 속에서 변화해 온 문학의 모습을 담고자 한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대별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들을 큰 줄기로 하여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갔던, 그 시간을 살아 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대별로 국내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함께 세계사의 흐름도 살펴볼 수 있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 사진들도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약 100년 동안의 문학사 속에는 문학을 있게 했던 각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포함되어 있으며, 시간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문학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어느새 문학과 사회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산문 다독다독』(최성수, 실천문학사)

가끔 최신 가요의 인기 차트를 보고 있노라면, 어찌하여 이리도 사랑 노래가 많은 것인가 의문을 품게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내 이러한 의문이 어리석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은 인간이 지닌 가장 고귀한 것이면서 그 자체로 삶의 본질이지 않은가. 삶의 본질은 시대를 관통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주변 환경만 변했을 뿐이지, 고전 시대의 선조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고 다투며, 갈망하고 노력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의 저자는 약 30년 간 교직 생활을 했다.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해 알게 된 고전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교과서로만 접했던 작품들의 전편과 함께 작품에 대한 저자의 설명까지 더해지니 더욱 이해하기가 쉽다. 읽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아랫목에서 무릎베개를 하고 옛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평온함이 든다. 고전 산문 작품을 통해 선조들의 삶에 대한 고민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면 적잖은 위로마저 느낄 수 있다. 또한 덧붙여진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서 독자 자신의 이해와 감상을 더욱 확장시켜 본다면,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여러 고민거리들을 풀어 나갈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